어느새 여름이 저기 언덕 언저리에 피어오르기 시작하네요. 휴 덥다...
더우니깐 14년과 15년 여름을 함께했던 우리 친구 번역대회가 문득 떠오르네요.
번역대회의 과정은 이랬습니다.
예선: 주어진 작품 번역하여 이메일로 제출
본선: 작품과 번역에 대한 면접
예선부터 살펴보면, 주어지는 작품들은 대회 타이틀에 걸맞는, 말 그대로 중국 현당대 문학작품들.
2회때는 린위탕의 작품, 3회때는 덩퉈의 작품 두 개.
린위탕은 문학사 시간에 그래도 굵은 글씨로 이름은 들어본 아저씬데,
덩퉈...필명 마난뚠 삼촌은 이런 작가들이 있더라... 하고 적힌 항목에 여러 명 나열되어 있던 삼촌들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대충 어떤 인간들인진 알아야 문체를 맞추고 사상 파악을 하는데, 덩퉈는 자료가 좀 빈약해서 이 작업이 좀 힘들었죠.
2회는 30년대 작품, 3회는 50년대 작품.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꼬는 작가들의 작품은 아니어서... 난이도가 그렇게 높다고 볼 순 없지만,
아무래도 연식이 좀 되다 보니 요즘 중국어에선 보기 힘든 단어들이 있기는 했어요. 3회때는 쉬운 난이도의 문언문도 포함돼 있었고요.
그리고 본선 대기실에서 한 선생님께서 예선 통과자들은 오역이 거의 없었다고 하셨으니,
아마 예선 통과의 조건은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즉 정확한 '해석'이 커트라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예선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도 될 것 같이 생겼지만 심사하시는 분들은 다 중국 현당대문학 전공하신 중문과 교수님들이니까...
표절이나 외부의 도움 정도는 중간 기말 교수님께 올리는 편지 읽으시듯 감별해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선은 작품에 대한 이해도, 번역에 대한 추가질문이 주였어요.
말 그대로 본인이 이 작품을 해석했다면 충분히 대답할 수 있는 정도.
면접만을 따로 준비하고 싶으시다면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정보, 그리고 사상에 대해서만 어느 정도 숙지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방식이 바뀌지 않고 유지된다면 말이죠)
하지만 저는 두 번 다 교수님 두 분과의 의견이 갈리더라고요. 제가 하도 글을 야매로 읽어서...휴... 버릇을 좀 고쳐야 되는디...
참고로 2회 3회때는 두 번 다 같은 교수님 두 분이 오셨습니다. 부끄럽게시리...
예선이 '해석'을 본다면, 본선은 이제 '번역'을 보는 곳이죠.
하지만 질문들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본선이 가지는 비중은 크게 높진 않은 것 같아요.
예선에서 지대한 외부 도움을 받아 올라온 사람이 아니라면...
그래서 예선 작품 제출하실 때 최대한 다듬고 다듬고 퇴고하고 또보고 다시보고 두번보고... 하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번역대회 작품들은 업로드를 몇 번 망설였습니다. 왜냐? 부끄러우니까요...
하지만 언젠가 그리고 누군가는 참고를 절실히 필요로 할 것 같아... 수치를 무릅쓰고 올려놓기로 했습니다.
덧붙여 각 작품마다 변명을 논문마냥 줄줄이 달고 싶은 마음 굴뚝같으나 부끄사를 할지언정 구차하게 변명은 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부족해도 이 또한 제 작품이었고 아무리 삽질을 했어도 이 또한 제 공부의 과정이었으니까요...
수상 내역은 비밀로 할게요~
경희대학교 공자아카데미 제2회 대학생 중국 현당대 문학작품 번역대회 제출작 : 린위탕林语堂 - 생활의 발견生活的艺术
경희대학교 공자아카데미 제3회 대학생 중국 현당대 문학작품 번역대회 제출작 : 덩퉈邓拓 - 달걀 하나一个鸡蛋的家当
경희대학교 공자아카데미 제3회 대학생 중국 현당대 문학작품 번역대회 제출작 : 덩퉈邓拓 - 손을 놓으면 바로 단단한 땅이라오放下即实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