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대회 참가후기: http://auxstent.tistory.com/49
달걀 하나
덩퉈
사람들은 항상 재산이라는 것이 상당한 양의 부富일 것으로 생각한다. 재산[家當]의 當(마땅 당)이라는 글자는 원래 帑(금고 탕)이라는 글자로 써야 한다. 帑자는 '화폐를 보관하다'라는 뜻으로 蕩(방탕할 탕)자와 독음이 같은데, 북방 사람들이 이를 當자와 같은 음으로 읽었기 때문에 구어가 家當으로 변하게 되었다.
우리가 평소에 어떤 사람이 재산이 생겼다고 하는 건 재산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달걀 하나도 재산으로 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장자가 일찍이 "달걀을 보고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우리는 달걀 하나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확실히 그 어떤 막대한 부도 처음 축적될 때에는 대개 적은 양에서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마치 여우의 겨드랑이 털도 모으면 모피 옷을 만들 수 있고, 물방울도 모이면 강이 될 수 있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달걀 하나만 생기면 재산이 생긴 것과 같다는 뜻은 아니다. 일은 결코 이렇게 간단하고 쉽지 않다.
명明나라 만력萬曆 연간에 강영과江盈科라는 소설가가 있었다. 그가 집필한 《설도소설雪濤小說》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시장의 한 사람이 심히 가난하여 아침에 저녁 일을 헤아리지 못하였다. 우연히 어느 날 달걀 하나를 주워, 기뻐하며 부인에게 "재산이 생겼소."라고 말했다. 부인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달걀을 들고 보여주며 "이것이 바로 그것이오. 10년이 지나면 재산이 갖춰질 것이오." 하였다. 그래서 부인과 계획을 세우며 "이 달걀을 이웃집 알 품는 암탉을 빌려 부화시키고, 병아리가 다 자라면 그중 암탉 한 마리를 가지고 돌아와서 알을 낳게 하면, 한 달에 닭 열다섯 마리를 얻을 수 있소. 이 년 내에 닭이 또 닭을 낳을 터이니, 닭 삼백 마리를 얻어 금 열 냥으로 바꿀 수 있소. 금 열 냥으로 암소 다섯 마리를 사서, 암소가 다시 암소를 낳으면 삼 년에 소 스물다섯 마리를 얻을 수 있소. 암소가 낳은 소가 다시 암소를 낳으면, 삼 년에 소 백 오십 마리를 얻어 금 삼백 냥으로 바꿀 수 있소. 이 금을 들고 돈놀이를 하면 삼 년 동안 금 오백 냥을 얻을 수 있소." 하였다."
뒷부분에도 이야기가 많지만 큰 의미는 없으므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한 가지가 있는데, 이 돈에 눈먼 사람이 그 후에 첩 하나를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말에 아내는 "발칵 성을 내며 손으로 달걀을 쳐서 부수어 버렸고", 재산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이 이야기가 수많은 문제를 설명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이 돈에 눈먼 사람도 재산을 모으기 위해선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10년이 지나야 이런 재산을 모을 수 있다고 아내와 함께 계산한 것은 언뜻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그 어떤 신빙성 있는 근거도 없으며, 완전히 가설에서 출발하여 매 단계가 모두 이전 가설의 결과를 전제로 삼고 있다. 그는 10년 후의 일에 대해 현실을 모조리 공상으로 대체하였고, 돈에 눈먼 사람의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바람에 아내의 분노를 불러일으켜 한 주먹에 재산이 말끔히 박살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더욱 중요한 건 그의 부 축적 계획이 결코 생산적인 것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벌이라는 목적을 추구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 사람의 달걀은 어디서 나온 것이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주운 것’이다. 이 사실 자체가 본디 수치스러운 것인 데다가, 그는 주운 달걀을 이웃집 암탉이 낳은 수많은 달걀 속에서 함께 부화토록 했다. 그 목적은 더욱 명백히 혼란을 틈타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한 것이다. 병아리가 부화하자마자 다짜고짜 암평아리 한 마리를 안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첫 번째 돈벌이 계획마저 훔치고 속이는 행위였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어서 그는 계속 가설을 세웠다. 닭이 또 닭을 낳고, 닭을 팔아 돈을 벌고, 돈으로 암소를 사고, 암소가 번식하면 팔아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돈놀이를 하는 이러한 일련의 돈벌이 계획도 당연히 생산적인 계획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안의 모든 중요한 관건들은 대부분 투기매매와 착취를 통해서야만 실현시킬 수 있었다. 이는 강영과가 묘사한 이 “시장의 한 사람”이 비록 “심히 가난”하였지만 고생하여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은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아마 중세 도시의 파산한 상인 부류로서 머릿속이 온통 사기를 치고 착취하려는 생각으로 가득하여 성실하게 생산적인 노동에 힘쓰려는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재산을 좀 얻는다손 치더라도 생산적 사업을 하지는 못하고 그저 첩을 들이는 것 같은 생각밖에 할 줄 모르다가 결국 부부싸움을 하고 불쾌하게 헤어지게 된다. 이는 필연적인 결과다. 예로부터 진정으로 성실한 노동자만이 노동이 부를 만들어낸다는 이치를 깨달을 수 있었고, 허무맹랑한 돈벌이 사상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리고 착실하고 부지런한 노동으로 사회 그리고 자신을 위하여 부를 창조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이다.
'기타 잡다한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희대학교 공자아카데미 제3회 대학생 중국 현당대 문학작품 번역대회 제출작 : 덩퉈邓拓 - 손을 놓으면 바로 단단한 땅이라오放下即实地 (0) | 2016.05.12 |
---|---|
경희대학교 공자아카데미 제2회 대학생 중국 현당대 문학작품 번역대회 제출작 : 린위탕林语堂 - 생활의 발견生活的艺术 (0) | 2016.05.12 |
경희대학교 공자아카데미 대학생 중국 현당대 문학작품 번역대회 참가후기 (0) | 2016.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