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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놓으면 바로 단단한 땅이라오
덩퉈
요 며칠 고서를 정리하면서 우연히 또 명明나라 유원경劉元卿의 『응해록應諧錄』을 꺼내 들게 되었는데, 쭉 훑어보니 이런 이야기 한 토막이 있었다. "한 맹인이 말라붙은 강 위의 다리를 지나다가 떨어져 두 손으로 난간을 잡고 부들부들 떨며 꽉 움켜쥐었다. 생각건대 난간을 놓치면 필경 깊은 물로 빠질 터였다. 지나가던 사람이 "두려워하지 마시오, 손만 놓으면 바로 단단한 땅이라오."하고 알려주었지만 맹인은 믿지 않고 난간을 붙잡고 통곡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 손이 지쳐 난간을 놓치고 땅에 떨어졌다. 이에 자조하며 "아, 진즉 단단한 땅인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오래도록 자신을 힘들게 할 필요가 있었겠는가!" 하였다."
이 짧은 이야기를 읽고 많은 깨우침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비록 장님이 아님에도 평소 어떤 일에 부닥쳤을 때, 사실상 이 이야기의 장님처럼 행동한다. 이는 왜 그럴까? 근본적인 원인은 실상을 이해하지 못하여 확신이 들지 않는 관계로, 일에 부닥쳤을 때 자신이 없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일은 바닥이 있다. 짐작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일에 부닥치면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장님처럼 깊은 물에 떨어질까 하는 극심한 두려움에 온 힘을 다해 난간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 하지 마라. 마음 놓고 과감하게 손을 놓더라도 "손을 놓으면 바로 단단한 땅"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다면 무엇이 두렵겠는가?
당연히 이 이야기의 배경과 함의도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이 이야기는 아마 작자가 유행하는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을 결합해 서술한 것일 것이다. 유원경 자신이 명나라 융경隆慶 연간에 회시會試에 응시할 때, "대책對策이 시폐時弊를 극력 진달進達하여 시관試官이 감히 합격시키지 못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과거가 있었기에 그는 당시 관리들이 지나치게 겁이 많다는 것을 여실히 체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 유원경의 사상은 과감하게 손을 놓고 일을 처리하는 경향을 띠고, 이것도 걱정하고 저것도 걱정하는 태도에는 찬성하지 않는다.
과감하게 손을 놓는 것은 실제 상황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이는 아주 분명하다. 만약 실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과감하든 과감하지 않든, 손을 놓든 놓지 않든 그저 맹목적인 것일 따름이다. 만일 실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과감하게 손을 놓기를 부르짖으면, 그 결과는 맹목적으로 손을 놓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쁠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든 맹목적 방식은 나쁜 것이다.
이로부터 미루어 그 장님은 다리 아래에 물이 없는지 몰랐고, 난간을 놓치고 떨어질 때 때마침 난간을 잡았으니 처음 그 장님이 난간을 꼭 움켜쥐고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던 것은 도리어 전적으로 이치에 들어맞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후에 지나가던 사람이 이미 그에게 무서워할 필요 없다고, 손을 놓으면 바로 단단한 땅이라고 말해주었다는 데 있다. 이때에도 그는 여전히 믿지 않고 계속 난간을 붙잡고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으니, 너무 미련했던 것이다. 그 결과 그의 손은 기진맥진하여 결국 더는 난간을 잡고 있지 못하고 추락하게 되었다. 만약 다리 밑에 정말로 깊디깊은 물이 있었다면 그는 분명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다리 밑에는 정말로 말라붙은 단단한 땅이 있었기에 난간을 놓친 후에도 발로 단단한 땅을 딛고 전혀 위험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것은 또 "사람은 반드시 실제적인 경험을 직접 겪어야만 사물의 진상을 알 수 있다"는 진리를 증명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이야기의 함의는 더욱 깊어진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이 이야기의 함의에 대해 이러한 이해를 하는 것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간혹 어떤 일을 처리할 때에 조사·연구의 부족으로 나 자신이 항상 어느 정도 맹목성을 띠고 있음을 느꼈다. 심지어 주위의 대중들도 정확한 상황을 반영한 몇 가지 유용한 의견들을 개진했었지만, 그저 나 스스로가 마음속에 확신이 없었던 관계로 이러한 의견과 상황들이 정확한지를 판단할 수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고 진상이 불분명하다고 생각하여 부득이하게 여러 다른 의견과 상황들을 잠시 한 쪽에 보류해두고 이후에 사실이 나오길 기다렸다가 증명했었는데, 사실이 완전히 명확해지고 나서는 일부 문제들은 이미 일은 끝나고 상황은 변하여 마음이 아주 괴로웠다. 이는 그 장님이 말했던 것과 꼭 같은 것이다. 손을 놓으면 단단한 땅인 줄 진즉 알았더라면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와는 반대로 어떤 상황에 호되게 당한 적도 있다. 마치 난간을 놓쳐 떨어졌는데 다리 밑이 비록 깊은 물은 아니지만 마른 강도 아닌 바람에 온몸에 상처를 입게 된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한 번 호되게 당하고 나선 굉장히 소심해져서 아주 평평한 길을 걷고 있다 할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넘어질까 두려워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도 참 끔찍하다. 반드시 이런 비정상적 정서를 극복해내야만 한다.
여기서 난 또 『순자荀子』「수신편修身篇」의 중요한 두 구절이 떠올랐다. "훌륭한 농부는 홍수와 가뭄에도 농사를 그만두지 않으며, 훌륭한 장사꾼은 손해를 보더라도 장사를 그만두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농부가 어찌 홍수와 가뭄이 두려워 농사를 그만둘 수 있겠는가? 장사꾼이 어찌 손해가 두려워 장사를 그만둘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 어떤 험하디 험한 길도 용기를 가지고 지나가야 한다. 우리는 전례 없이 위대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혁명가다. 위험이 두렵다고 혁명을 일으키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일함에 있어 실상을 이해하고 있기만 하다면 간혹 추락하더라도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가 "손을 놓으면 바로 단단한 땅"임을 오롯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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